그레샴의 법칙,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원리

이번 글에서는 간단한 원리의 법칙으로 많은 경우에 인용되기도 하지만 간혹 용어 해석의 오류로 인해 반대의 의미로 잘못 사용되기도 하는 '그레샴의 법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레샴의 법칙'의 유래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라고 불리는 이 법칙은 16세기 영국의 금융업자이자 상인이었던 토머스 그레샴(Thomas Gresham, 1519-1579)이 당시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선왕인 헨리 8세 때에도 영국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은화의 은 함량을 1/3 수준으로 줄였었는데, 이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레샴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도 유사한 방법을 권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에는 금화나 은화와 같이 그 자체로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으로 화폐를 만들었는데, 중앙 정부의 재정적 이익을 위해 각 주화의 금속 순도를 낮추어 이전 대비 저비용으로 화폐를 발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경우 동일한 액면가이나 순도가 높은 이전 화폐의 실질 가치가 커지게 되므로, 모두 이것을 보관하고 숨기거나 녹여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활용하면서 결국 순도가 낮은 화폐만 유통되게 됩니다.

순도가 낮은 질 나쁜 화폐, 즉 악화가 순도가 높은 좋은 화폐인 양화를 시장에서 몰아내게 되는 것입니다.

법칙의 명칭은 본인이 붙인 것은 아니며, 약 300년 뒤 스코틀랜드 경제학자 헨리 더닝 맥클라우드(Henry Dunning Macleod, 1821-1902)에 의해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으로 명명되었고, 이후 많은 경제 이론에 인용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구축'이라는 동음이의어로, 그레샴의 법칙은 '몰아내다'의 의미로 사용한 것인데 '쌓다', '만들다'라는 잘못된 의미로 이해하고 반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가 아닌 '악화가 양화를 가능하게 만든다'로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입니다.

그레샴의 법칙 상징 이미지
그레샴의 법칙

그레샴의 법칙의 시사점

현대 사회로 변천하면서 지폐와 카드 같은 신용 화폐, 전자 화폐 비중이 증가하면서 경제 분야 인용은 감소하였지만, 다른 분야에는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의미로 확대해서 적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과거 왕조시대의 조정에서 간신이 충신을 몰아내는 현상이나, 현대의 자유민주 정부에서도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부패 정치인, 관료들이 청렴한 사람들을 모두 밀어내는 것을 빗대어 말하기도 합니다.

또한 인터넷 온라인에서 가치 있는 정보들이 가십성의 의미 없거나 거짓 정보들에 의해 밀려나는 현상도 이 그레샴의 법칙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프리미엄 시장이 아닌 중저가 공산품 시장이 중국산이나 동남아시아의 저품질 저가 제품에 의해 장악되는 것도 이 법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레샴의 법칙은 정부의 부족한 재원을 편법으로 메우기 위한 '나쁜' 의도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당연히 그 과정과 결과가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재앙까지 마주하게 됩니다.

정부 관료와 리더들이 보다 투명하고 선한 동기로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여, 그레샴의 법칙이 주화를 사용하던 과거 시절의 때 지난 법칙으로만 기억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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